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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지붕쳐다보는 격 된 한국



지난 4월 13일 중국 정부가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노선도를 첫 공표했다. CCTV가 밝힌 육상 노선은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1번, 중앙아시아에서 갈라져 서아시아~페르시아만~지중해로 이어지는 2번, 그리고 중국~동남아~남아시아~인도양으로 이어지는 3번 노선이다.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남중국해~인도양~유럽으로 이어지는 4번 노선과, 남중국해에서 갈라져 남태평양으로 이어지는 5번 노선이 공표됐다.

CCTV가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외교부, 상무부의 공동발표를 인용해 언급한 일대일로 수혜 지역은 중국의 18개 성(省)·시·자치구에 달한다. 특히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의 핵심구역으로 지정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구역으로 선정된 푸젠성(福建省)의 반응이 뜨거웠다.

‘일대일로’ 계획은 2013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말한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건설계획이다. ‘신(新)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통틀어 일컫는다. 쉽게 말해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국가들을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 육로와 항만을 이용한 해로로 연결하겠다는 ‘중국판(版) 마셜플랜’이다. 중국판 마셜플랜은 지난 4월 20일 파키스탄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신장의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港)까지 3000㎞를 철도와 항만을 연결하는 50조원 규모의 돈보따리를 풀면서 급속히 가시화되고 있다. ‘카스~과다르 경제회랑’은 CCTV가 공표한 육상 실크로드 2번 노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노선을 공표하면서 한국의 고민도 커진다. 일대일로 노선은 한반도를 쏙 비켜 간다. 한반도는 육상 실크로드나 해상 실크로드의 어느 노선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해상 실크로드’에는 남중국해에서 남태평양 군도(群島)까지 이어지는 노선도 있다. 역사적 근거마저 희박한 남태평양 노선도 있는 마당에,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노선이 사라졌다.

이에 “한국이 어렵게 참여를 결정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IB의 개발금은 주로 일대일로상의 국가에 투자될 예정이다. 중국과 접경한 중앙아시아 저개발국들이 대상이다.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등 중국과 서쪽 국경을 마주한 국가들은 AIIB 57개 창립회원국에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CCTV가 공표한 계획대로 일대일로 노선이 확정될 경우 한국이 얻는 수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4월 15일 참가신청을 마감한 AIIB의 57개 창립회원국 중 하나다. 한국은 최대주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역내 국가 중 인도, 호주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동맹국 미국과 일본의 우려에도 가입을 확정 지은 ‘소문난 잔치(AIIB)’에 한국은 군침만 흘리다 말 수도 있다.

당초 한국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노선상에 한반도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옛 수(隋)나라, 당(唐)나라의 실크로드 문물들이 한반도까지 이어졌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옛 신라의 수도 경주 일원에서는 실크로드 관련 유물이 출토되어 왔다. 그렇기에 “한국 역시 중국의 신(新)실크로드에 당연히 포함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계획을 연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해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로 불리는 한반도철도와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계다. 말만 조금씩 다를 뿐 중국의 신실크로드와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사한 개발정책이다.

하지만 북한의 AIIB 참가를 중국이 거부하면서 조금씩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2월 주(駐)베이징 북한대사관을 통해 중국 측에 참가의사를 타진했으나 거부당했다. 북한은 아시아 최저개발국 중 하나다. AIIB 출범 시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AIIB 주주 구성에 이름조차 못 올리면서 향후 개발자금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AIIB 개발자금의 예상투자처인 남북 철도 연결과 가스관 연결 등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에 불쾌한 목소리를 내왔다. 격년 개최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지사가 ‘천년의 길 실크로드를 간다’는 기고문을 통해 “경주는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지이자 출발지였다”고 언급하자, 중국 측은 외교 경로를 통해 “실크로드의 시작과 끝이 왜 경주냐”라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나마 중국은 ‘한사군(漢四郡)’의 역사적 존재를 내세워,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까지를 실크로드 지선(支線)에 포함시킨 정도다.

이 같은 상황 발전에 한반도를 중국의 신실크로드 선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주간조선에 “장쑤성 롄윈강(連雲港)이 육상 실크로드의 기점이 되고, 푸젠성 취안저우(泉州)가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으로 됐다. 이렇게 되면 신실크로드 프로젝트가 한국과는 관계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며 “서해 열차페리 등을 통해 실크로드를 한국 쪽으로 끌어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 열차페리가 기착할 산동성 옌타이(烟台)항을 비롯해 칭다오(靑島)항은 해상 실크로드의 15개 항만건설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항만개발 자금이 쏟아질 텐데 이를 잘만 활용하면 되는 셈이다. 한·중 열차페리는 산동성 측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강영진 인하대 황해권수송시스템연구센터 연구원은 “서해 열차페리는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계획과 일치한다”며 “특히 한국의 철도와 중국횡단철도(TCR)의 연결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인하대 이재욱 명예교수(선박해양공학과) 주도로 열차페리 ISO 국제표준 작업에도 나선 상태다. 이재욱 명예교수는 “한·중 열차페리는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것”이라며 “열차페리 역시 한번 놓이면 물류를 창출하고 새로운 길을 놓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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