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부반장 시키자.”
최근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의견이다. 중국이 제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 자리를 영국에 주자는 얘기다. 한달 전만 해도 성공 여부가 긴가민가했던 AIIB가 50여개국이 가입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데엔 영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영국이 창립 회원국 신청을 한 뒤 그 동안 미국의 반대에 눈치만 보던 독일 프랑스 등 서방 주요 국가들과 우리나라, 호주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중국으로서는 물꼬를 터준 영국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영국은 1840년 아편전쟁으로 중국 침략의 최선봉에 섰던 나라다. 홍콩이 영국에 넘어간 것도 이때다. 지금은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누구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며 중국의 가장 고마운 친구로 변했다. 영국의 변신은 국제 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친중(親中)정책을 펴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 한국이 이미종중(離美從中ㆍ미국을 떠나 중국을 따른다)인 데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버지가 만주군 중위로 일본에 협력한 유산 때문에 박 대통령 휘하에서 한중관계가 밀월기에 진입했다”고 썼다. (…) 만일 박 대통령이 아버지로 인해 죽어도 ‘친일파’ 소리는 들을 수 없기에, 미워도 자유민주주의 가치는 공유한 일본 그리고 미국 대신 중국 편에 선 것이라면 국민 앞에 설명하기 바란다. 안미경중(安美經中ㆍ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당장의 위정자에겐 실용적 노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통일을 원하는지 따져보면 답은 분명하다. 절체절명의 순간, 돈 때문에 안보를 희생시킬 순 없다.”》
-중국 압박이 러브콜이면 북핵은 러브레터냐(동아일보 기명 칼럼ㆍ김순덕 논설실장)
☞ 전문 보기(http://goo.gl/b0qb0c)
동아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중국과 아무 일도 도모해선 안 된다. 안미(安美)만 능사일 수는 없다. 중국 돈에 헐렁해지는 건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한 52개국이 똑같다. 친중이 안보 희생은 결코 아니다.
AIIB는 단순히 아시아 지역 차원의 인프라 은행을 하나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재부상한 중국이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경제 체제 내지 세계경제 질서를 자기 중심으로 바꾸려는 원대한 장기 구상의 일환으로 위안화의 국제 기축통화화 노력 등과 함께 추진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이러한 중국의 강한 전략적 의지와 함께 가용한 재원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명분도 갖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려니와 세계 전반에 걸친 방대한 인프라 투자 수요에 태부족인 재원조달에 중국이 기여하겠다는 명분이 있다. 이에 더해 기존의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에서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이미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중국은 중국 주도의 세계경제질서 창출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무역과 투자, 금융 등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히 깊은 통합 단계에 와 있어 상호 의존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양국은 모든 분야에서 상호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될 극단적 충돌은 가능한 한 피하고 절충하게 되어 있다. AIIB도 궁극적으로 중국과 미국 간의 타협점을 찾아 운영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IB 가입은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 했던 우리 외교의 ‘모호성’에 대한 뜨거운 비판을 감수하며 선택한 결정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그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다. 우리가 AIIB에서 취할 균형 갖춘 자세와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치밀한 접근 전략에 따라 미래 먹거리 확보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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