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비단길의 시발점은 시안(西安)이었죠. 하지만 신(新)실크로드의 시발점은 이곳 롄윈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배를 타고 나가면 부산항과 인천항이 지척입니다. 보세요. 저 물건들은 한국에서 온 겁니다. 이쪽 컨테이너는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에서 도착한 건데 그중 일부는 한국으로 보낼 겁니다.”
류빈(柳斌) 중하국제물류공사 사장이 가리키는 컨테이너에는 한국 업체의 이름이 선명했다. 부산항이나 인천항을 출발해 롄윈강에 도착한 뒤 중국대륙횡단철도(TCR)에 실려 알마티로 향하는 것이다. 주 품목은 가전제품과 자동차(중고), 화장품 등 소비재다. 아직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생산된 면화·밀 등 농산물과 주철 등도 이곳을 거쳐 한국으로 수입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롄윈강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한국의 접점인 셈이다.
일대일로의 핵심은 인프라 건설이다. 중국 신장(新疆)성에서 출발해 파키스탄을 관통해 아래로 내려오는 중국~파키스탄 노선, 쿤밍(昆明)에서 출발해 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를 연결하는 서남아시아 노선, 역시 쿤밍에서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동남아 노선 등이 건설 중이거나 기획 단계에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게 롄윈강을 출발해 정저우(鄭州)~란저우(蘭州)~우루무치~알마티~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등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TCR 노선이다. 중국은 여기에 신아구대륙교(新亞歐大陸橋)란 이름을 붙였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다리란 뜻이다. 중국은 이 노선 전체를 시속 250㎞ 이상 달리는 고속철도화할 계획이다. 국내 화물이 유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상 운송이나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다. 해운은 가격이 싸다는 이점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유럽 항구에 닿기 위해서는 40~50일 걸린다. 항구에서 다시 목적지로 가려면 또 수일이 걸린다. 국내 업체들이 TSR을 이용하는 이유다.
TCR은 TSR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두 노선의 장단점을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TSR이 서유럽이나 러시아에 유리한 노선이라면 TCR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유럽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일 안팎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TCR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알마티의 물류업체인 ELS코리아의 이병천 매니저는 “롄윈강 항만 당국이 자국 화물 우선 원칙에 따라 한국 화물 선적을 뒤로 늦추는 경우가 없지 않다. 운송중 물건이 분실되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다는 것도 문제다.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TCR이라는 새로운 물류망의 등장은 우리에게 유럽에 이르는 새로운 옵션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를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제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하고 유라시아에 전력·가스·송유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 관계 경색으로 지지부진한 반면 중국의 TCR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실크로드 구상에 힘입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원 교수는 “인천·평택·새만금 등이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 열차페리 등도 정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우리 물류 환경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한·중 열차 페리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열차페리=육상에서는 열차로 화물을 운송하고 해상에서는 열차페리선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 페리선에 선로가 있어 열차를 직접 진입시켜 운송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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