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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의 혁신과 개방이 중국경제 개혁의 필수 조건

최근 중국 경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개혁'이다. 시 주석이 공산당 내 '핵심(核心)' 지위를 확보한 것도 경제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정치는 시 주석이, 경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맡는 식으로 나누었지만, 앞으로는 시 주석이 경제 개혁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에 앞서 지난달 9일 열린 제36차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도 "고성능 컴퓨터와 이동통신, 양자통신, 핵심 반도체 칩, 제어시스템 분야 등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센터 건설 등을 포함하는 '사이버 굴기(崛起·일으켜 세움)'를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 개혁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저(低)성장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통'으로 유명한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유능한 정치가이지만 현재로선 경제 개혁을 밀고 나가기에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고 지난달 31일 일본 시사잡지 뉴스 포스트 세븐이 보도했다. 폴슨 전 장관은 "시 주석의 개혁 방향은 대단히 올바른 것이지만 개혁을 실제로 행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그가 생각하는 개혁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처럼 어려운 일을 수행하려면 중국은 경제 개혁에 정통한 유능한 인재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내 학자들이 경제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리우징(劉勁)베이징창장학원 부총장은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UCLA(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에서 강의하다 중국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해외파 학자다.  리우 부총장은 중국 경제 개혁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펴고 싶다"며 "중국의 도시화와 중국 기업의 혁신과 개방이 잘 이뤄진다면 경제 개혁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개혁의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경제의 규모는 매우 크다. 특히 개혁의 핵심인 국영 부문은 비중이 워낙 크고 부실이 심각해,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 부채 문제도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급하게 진행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부채 문제가 과열되거나 심화되지 않는다면 (지금 속도의) 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6.5%씩 10년간만 지속해도 이는 엄청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민간 부문은 굉장히 좋다. 특히 인터넷 부문에서는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JD닷컴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방향도 맞는다. 중국이 진행 중인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개혁은 꼭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서비스라는 것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 경제 개혁을 낙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여전히 큰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여전히 가난하다. 도시화에 대한 잠재력이 매우 크다.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를 보면 중국이 발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대다수의 중국 사람은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50%에 불과하다. 일본(90%)에 비해 낮은 숫자다.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면 자동차도 사고 집도 사는 등 소비가 진작된다. 도시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경제성장에 있어서 좋은 현상이다. 중국 내에서는 앞으로 2억명 정도가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일본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수다. 도시화가 중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가 수출 주도형 모델에서 벗어나 내수중심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앞으로 20년 앞을 내다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바란다면 중국은 내수중심형 모델로 변해야 한다."

―약점은 없는가.

"여러 요인이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성장 둔화의 반영이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면 중국 경제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도한 기업 부채와 과잉 설비도 약점이다. 하지만 중국 부채는 대부분이 국내 부채이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금융위기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택 가격이 너무 높은 것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주택 거품은 단순한 금융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택은 소비의 행태를 띠면서 투자(저축)의 모습을 갖고 있어 매우 독특하다. 중국은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과 기업 운영 방식을 배우며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성공 모델은 한계에 달했다.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중국 경제의 과제 중 하나다."

―미국 경제가 2008년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에 처했을 때, 일부 언론은 세계 1위 경제 대국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IT 경제가 살아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경쟁력은 중국이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다. 내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중국 인구가 많다고 생각하지 마라. 중국 인구가 13억명이라면, 미국 인구는 50억명이다'고. 미국은 50억명에 달하는 (세계) 사람 가운데 인재를 끌어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노벨상을 받는 미국인들도 보면 그 뿌리는 이민자가 많다. 미국의 오픈 시스템은 이민이 제한적인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 이는 아시아에 혁신 기업이 적은 이유와도 연결된다. 중국은 국영 기업이 많기 때문에 기업 문화가 (서구보다) 덜 창의적이다. 난 미국에서 오래 일을 했는데,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혁신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교육 시스템에도 그런 부분이 반영된다.

중국의 성장 기저(基底)에 있는 것은 바로 융합(融合)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잘 습득해서 경제 성장을 이뤘는데, 지금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규모로 올라서다 보니 아무래도 일본,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중국이 계속해서 추격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기술 이전이라든지,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해외 기술을 얻으려는 시도가 방해받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선진국은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확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얻기 위해 진행 중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이 미국 등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인수라는 것은 기업에 좋지 않다. 부(富)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그렇다. 서구 기업 사례를 보면 평균적으로 인수를 통해 투자 가치가 높아진 경우가 많지 않았다. 성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인수를 한 후 주주 가치가 오른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이런 현상의 주요 이유로 경영진의 실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수 후 관리를 잘할 수 있다고 자만하고 과신한 듯하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아무래도 통합 과정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구와 아시아 기업 간의 인수·합병에는 문화 통합이 중요하다."

―중국 IT 기업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규모의 거대성이다. 신기술을 개발하면 내수 시장에 도입할 여지가 크다. 젊은 층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 대학가를 가면 카페마다 학생들이 창업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제공된다. 우리 학교(창장 경영대학원)도 학생들을 위한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과거보다 중국 기업이 많이 혁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혁신 속도가 빠르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 배우는 단계를 지나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단계에 와 있다. 모방에서 혁신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은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나.

"중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은 고도의 혁신 경제다. K팝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문화적 혁신은 아주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중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학자로서 분석할 때 한국에서는 많은 혁신이 일어나지만, 앞으로 발전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기업, 아시아 경제의 성장 모델은 비슷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 성공 모델을 배우고 있는데, 삼성 역시 미국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이 훌륭한 휴대폰을 만들고는 있지만, 운영 체제는 구글을 사용하지 않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얼마나 큰 혁신을 할지 (중국이) 앞으로 계속 주시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한국 기업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